학회소개

- 한국동물분류학회 창립 배경 -

한국동물분류학회는 1984년 12월 8일 이화여자대학교 선관교수휴게실에서 김훈수 박사 외 30여 명의 동물분류학회 전공의 유지들에 의해 창립되었다. 동물계는 매우 다양하므로 동물학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하려면 분류학에 대한 인식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동물학의 각 분야를 공부하는 데에는 분류학적 지식이 꼭 필요하다. 따라서 각 대학의 생물학과 또는 생물학과와 관련이 있는 학회에서는 동물분류학을 필수과목으로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분류학이 이렇게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1950년대 초까지 우리 나라에는 동물분류학의 학술적 발전과 보급을 위한 전문학술지와 관련 출판물이 전무한 상태였다. 물론 정약전(1755~1816)같은 분은 유배 중 흑산도의 해산 동물과 해조를 관찰 기록하여 「자산어보(玆山魚譜; 1814)」를 남겼는데 그는 해산 동물을 인류(비늘이 뚜렷한 어류), 무인류(가오리, 장어. 복어류, 꽁치, 오징어, 문어, 고래, 해삼 등 포함), 개류(거북, 게, 전복, 조개류, 성게류, 군부 등 포함), 잡류(해충, 해수, 해금)로 나누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분류학적 관점에서 보면 진정한 분류가 아님을 금방 알 수 있다.

구한말에 이르러 서양식 생물학이 우리 나라에 도입되었으나 1910~1945년 사이의 우리 나라는 일본의 식민지 통치하에 있게 되었으므로 우리 민족 자신에 의한 생물학의 발전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일본으로부터 광복될 당시인 1945년 우리 나라의 생물학적 기반은 사막과 같았고, 여기에 1950년부터 3년간 계속된 6.25 전쟁으로 인하여 모든 교육시설이 거의 파괴되어 생물학의 연구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불가능한 상태였다. 1960년 후번부터 비로소 우리들 자신이 본격적으로 생물학을 연구하게 되어 많은 생물학자를 배출하였지만 그 역사가 우 짧아 심한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유럽 선진국에서는 생물학이 16세기 이후 분류학의 발전을 토대로 자연스럽게 발전하여 왔으나 우리 나라에서는 그렇지 못하여 생물학적 연구가 어떤 의미에선 사상누각격임을 우리들 스스로 시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세계 2차 대전 이후 분류학을 무시하는 풍토가 한국 동물학계에도 침투하여 우리 나라의 동물분류학 발전을 더더욱 저해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학회가 창립된 1984년 12월 8일 이전까지 한국 동물분류학의 학술적 발전과 보급을 위한 어떠한 관련 학술단체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뜻있는 분류학자들은 이와 같은 학술단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고 있었다. 선진 외국에는 이미 동물분류학 관련 학술단체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국 동물분류학을 이끌어 오신 서울대학교 김훈수 교수의 정년 퇴임이 가까워 오자 이와 같은 생각은 한국 동물분류학의 후진성에 대한 책임과 발전에 대한 사명감으로 바뀌었고, 분위기가 고조되어 한국동물분류학회의 창립 준비에 착수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1984년 12월 8일 이화여자대학교 선관교수휴게실에서 한국동물분류학회의 창립 총회가 개최되었고, 여기에서 김훈수 교수가 초대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창립 총회에서는 분류학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분류학자의 사명감을 재 다짐하면서 연구 활동을 강화해 나아가기로 하였다. 부회장: 이창언(경북대), 노분조(이화여대); 이사: 고흥선(충북대), 김진일(성신여대), 노용태(건국대), 박성호(경북대), 박희천(경북대), 백남극(강릉대), 백의인(효성여대), 신유황(경희대), 심정자(한남대), 양서영(인하대), 윤일병(고려대), 이경숙(단국대), 이병훈(전북대), 이한일(연세대), 주일영(중앙대), 최병래(성균관대), 홍한기(인천대); 감사: 김익수(전북대), 김일회(강릉대); 편집위원장: 노분조; 편집위원: 고흥선, 김진일, 백의인, 심정자. 양서영: 편집간사: 이병훈; 총무간사: 송준임 등이 결정되어 초대 임원진이 구성되었다.

그후 1985년 3월 9일에 소집된 제 1차 이사회에서는 본 학회 사업 중의 하나인 학회지 및 소식지를 연 2회 발행하기로 하고 명칭과 소식지의 기사 내용 등을 편집위원회에서 결정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3월 30일에 개최된 편집위원회에서 학회지의 투고 규정을 심의하였고, 소식지의 명칭을 「분류학회보」로 정하였으며 기사의 내용 범위를 정하였다. 동년 4월 20일 분류학회보 제 1호가 출간되었고, 5월 18일 이화여자대학교 종합과학관 110호에서 제 1차 춘계학술발표회가 개최되었다. 학술발표회에 앞서 김훈수 회장은 우리 나라 동물분류학의 역사, 동물분류학의 회원 확보 및 좋은 학술지를 발간했으면 하고 아울러 동물분류학회를 합심하여 발전시켜 나아가자는 요지의 개회사를 하였다. 일곱 편의 논문 발표와 함께, 오랜만에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활기찬 토론으로 학술발표회는 성황리에 끝났다.

한편 본 학회의 학술지 발간을 위한 준비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되어 동년 10월 4일 서울대학교 동물학과에서 열인 이사회에서 그 명칭을 「한국동물분류학회지(The Korean Journal of Systematic Zoology)」로 정하였다. 9월 14일 전북대학교에서 10월 18일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편집위원회를 열어 투고된 논문들의 심사결과와 이에 대한 원고 제출자들의 의견을 종합 검토하고 채택여부를 의결하였다. 그리하여 동년 11월 1,2호 합병호인 한국동물분류학회지의 창간호가 출간되었다. 10월 20일에는 분류학회보 제 2호가 나왔으며 그 동안 우리 학회에 관심이 있는 분이 많아져서 회원의 수도 90여 명에 이르게 되었다. 1985년 11월 23일 제 1차 정기 총회 및 추계학술발표회가 군산대학교 학생회관 음악감상실에서 개최되었다. 그리하여 우리 나라에도 동물분류학의 학술적 발전과 보급을 위한 전문 학술단체가 탄생하였다.